오크(Oak)통, 위스키(Whisky) 그리고 시간(Time)

'시간이 빚어낸 예술' 위스키와 오크통

좋은 위스키 혹은 더 좋은 위스키가 태어나기 위해 원료, 물, 공정, 수많은 장인들 등 많은 중요한 요소들이 있지만 많은 위스키업계의 공통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오크통'이라고 말합니다.

 

목차

오크통의 효과

오크통의 생산

오크통의 분류

시간이 빚어낸 예술

 

오크통의 효과

맥켈란의 데이비드 콕스는 "위스키의 맛은 80% 이상이 오크통의 숙성과정에서 결정된다."라고 하였으며

생물학자 파스퇴르는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 그 어떤 책 보다 더 많은 철학이 들어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오크통이 가지고 있는 중요함을 잘 나타내는 말들이겠죠.

 

오크통으로 숙성을 시키면 그 통에 담긴 술에 버터향, 바닐라향이 스며듭니다. 특히 아메리칸 오크통의 경우 바닐라향이 더 많이 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술을 저장하여 숙성시키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사실 오크, 참나무는 바비큐를 조리할 때도 연어, 햄등을 훈연할 때도 많이 사용합니다. 식음료에 관한 많은 부분을 우리는 참나무(오크)의 도움을 받고 있었던 것이죠.

 

나무로 이루어진 오크배럴(통)은 저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계절에 따른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합니다. 이때 안쪽에 들어있는 술은 한방울도 새어 나오지 않도록 제작되지만 나무의 미세한 기공이 커지며 저장고의 주변환경을 이루는 공기가 순환하여 오크통본연의 아로마뿐만 아니라 생산지의 자연환경의 향기 또한 배어 들어가게 됩니다. (실제로 바닷가에 있는 증류소에서는 바다냄새를 품은 위스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크통의 생산

오크통의 생산을 와인을 위한 오크통 생산 과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유러피언 오크배럴입니다.

 

	오크 배럴을 만들기 위한 재단된 목재들을 준비합니다.
	재단된 목재들은 2~3년정도 바깥에서 보관합니다.
	목제들을 '임시적인 틀'에 위치 시킵니다. 목재들의 사이즈는 다 제각각입니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목재들을 배열합니다.
	더 많은 '임시틀'들을 사용해서 배럴의 반정도의 틀을 잡아줍니다.
	배럴의 마지막 형태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부드럽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배럴 안쪽에 불을 피워 나무를 데워줍니다.
	나무가 유연해지고나면 마지막 형태를 위한 작업의 준비가 완료됩니다.
	배럴의 안쪽을 태워주기위해서 더 많은 불을 피워줍니다. 이렇게 태워줌으로써 나무의 많은 플레이버들이 와인에 스며들게 됩니다.
	배럴의 겉부분을 샌딩해주고 뚜껑을 씌울부분을 잘 다듬어 줍니다.
	와인 혹은 위스키등을 채워넣을 수있는 구멍을 만들어줍니다.
	뚜껑부분을 위치시키고 마지막 틀을 조여주면서 틈이 없도록 마감합니다.
	주입구 부분을 마무리하고 샌딩을 하는 작업으로 배럴 생산을 마무리합니다.

이런 배럴을 만드는 마스터들을 쿠퍼(Cooper)라고 부르며 각 회사마다 경험이 많은 숙련자들의 영역이죠. 각 분야의 장인들의 손길이란 항상 경이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오크통의 분류

참나무 혹은 떡갈나무라 부르는 오크(Oak)는 수백종이 있으나 와인, 위스키등을 숙성시키는 데 사용되는 오크는 '화이트 오크'로서 20여 종 정도입니다. 

지역적으로 구분해보면,

아메리칸 오크배럴	미국(아칸소, 켄터키, 미주리, 테세시등)	60~100년생을 사용, 조직이 치밀하며 바닐라함유량 높음
유러피언 오크배럴	스페인, 프랑스등	100~150년생을 사용, 위스키증발량 많음.

아메리칸오크배럴은 조직이 치밀하여 위스키 증발량(엔젤스 셰어**)이 적고 바닐라 함유량이 높아 위스키의 쓰디쓴 맛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에 비해 유러피언 오크배럴은 증발량이 많고 조직의 기공이 상대적으로 커 와인, 위스키등의 액체 침투율이 좋죠.. 그렇다는 것은 더 많은 와인을 품게 된다는 뜻이고 위스키 숙성 시 배어있던 와인의 풍미를 위스키에 더 많이 배어들게 함으로써 향과 색에서 더 좋은 효과를 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유리한 아메리칸 오크가 전 세계 위스키숙성에 8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팬데믹 이후 맥켈란의 폭발적 인기에 반비례하는 맛평가가 나오게 되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대목에 관한 설명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코로나시대의 최대 수혜 위스키, 더 맥켈란(the Macallan)

코로나시대의 최대 수혜 위스키, 더 맥켈란(the Macallan)

 

 

이렇게 재료에 따라 생산된 오크배럴은 와인 혹은 버번위스키를 숙성시키는데 먼저 사용됩니다. 숙성원주에 따라 구분해 본다면,

와인(그중 특별히 쉐리) 오크배럴	과거 스카치위스키 대부분이 사용한 배럴, 스페인의 쉐리와인 숙성 오크가 유명하다.
버번위스키 오크배럴	쉐리오크배럴에 비해 값싸다. 버번은 법령에 따라 1차 숙성후 오크통을 새로 교체해야한다.

과거에 스코틀랜드에서 생산하던 위스키의 대부분은 와인오크배럴 그중에서도 특히 스페인의 쉐리오크배럴이 대부분이었으나 1930년대 스페인 내전으로 인해 쉐리오크통의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눈을 돌린 곳이 미국이었으며 이때부터 버번위스키를 숙성했던 오크통의 사용이 급증하게 시작했습니다.

 

2022년 말 현재 위스키시장의 최고상품으로 올라선 캐스크는 쉐리오크캐스크 시리즈들입니다. 오히려 과거에는 과일과 꽃향기를 품은 위스키들이 주류였지만 버번오크배럴의 사용 이후 다양한 풍미의 위스키 생산(우드피니시 공법*** : 다음에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기를 거쳐 현대에서는 오히려 희소성을 갖게 된 영향으로 쉐리오크캐스크버전의 위스키들이 대세가 되었죠. 하지만 맥캘란의 사태를 보면서 과연 쉐리라고 해서 저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네요.

 

시간이 빚어낸 예술작품

이렇게 정성스럽게 제작된 오크배럴 안에서 와인 혹은 버번위스키를 머금는 오랜 시간을 갖은 후 또다시 위스키를 예술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비로소 한병의 위스키가 완성이 됩니다.

 

흔히 12년 산, 15년산등의 표기를 하는 위스키들을 생각했을때, 원주를 만드는시간에 숙성시간을 더해서 12년 산이 한병나오기 위해서는 13,14년정도가 걸리겠구나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오크통이 준비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되며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12년산 한병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15년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것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을듯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라인업인 12년산이 이 정도인데 한국인이 좋아하는 발렌타인30년의 경우는 어떨까요? 발렌타인은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입니다. 말그대로 섞여있는 위스키라는겁니다. 그럼 무엇이 섞인것인가. 위스키들이겠죠.ㅎㅎ 하지만 라벨 앞쪽에 30년이라는 시간을 표시했다는것은 그안에 섞여있는 위스키들중 숙성연수가 가장 짧은게 30년이라는 뜻입니다.(스카치위스키 법령상 정해져 있습니다.) 그럼 40년짜리나 50년짜리도 몇방울은 들어있을 수 있다는 얘기이고 그럼 발렌타인 30년 한 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5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죠.

웬만한 한 사람의 인생과 맞먹는 세월의 흐름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세대를 거쳐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정성이 들어간 그 어떤 음료를 오랜 시간 동안 묻어두었던 타임캡슐을 꺼내보듯 시간의 여행을 통한 선물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도 있겠습니다.

 

오늘도 그 많은 장인들의 연주와 같은 손길들을 감상하며 여러분의 최애 위스키 한잔과 함께 편안한 하루의 마무리가 되시길 바라며 지루했던 긴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 오크배럴 생산과정은 유튜브 Jamie Goode의 정보를 참고하였습니다.

**엔젤스셰어(Angel's Share) : 위스키숙성 동안 증발하여 사라지는 양을 말하며 천사들에게 주는 몫이라는 뜻입니다.

***우드피니쉬공법 : 다른 오크통들을 사용하여 위스키를 완성시키는 공정방법. 후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